우리는 오만과 착각에 빠져 있었다. 인공지능과 우주탐사의 시대에도 오래 전 과거의 일이라고 치부했던 전염병의 대유행을 막지 못했다. 언택트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세상은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재난의 두려움은 때로는 불신과 이기심, 혐오와 차별이라는 위기의 민낯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개발과 성장, 경쟁과 효율만 쫒아 우리 스스로 파괴해왔던 자연생태의 회복, 서로의 안녕을 배려하는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부산의 원도심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OPEN THE DOOR, OPEN THE ARTS>는 예술을 통해 흩어진 삶을 다시 연결하고 지친 일상을 서로 다독이는 문화회복 프로젝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폐쇄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공연장, 미술관과 같은 밀폐된 공간을 대신하여 골목과 거리, 테라스와 옥상 등 도심의 일상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서, 그리고 책이나 온라인 매체를 활용하여 열린 만남과 공감의 기회를 마련한다.
OPEN THE WINDOW <바람·공기·풍선>은 건물의 창문과 외벽, 거리의 전봇대와 쇼윈도 등에 풍선과 비닐, 천과 같은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을 설치하고 일상의 회복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OPEN STAGE <장소를 기억하는 방법>은 원도심이 가진 정체성과 역사성을 담은 미디어아트와 다양한 공연을 통해 비대면의 상황 속에서 빛과 소리, 움직임이 결합한 새로운 공연콘텐츠를 선보인다. OPEN STUDIO <예술가와 함께>는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작업실과 작업들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예술체험키트와 버스킹 공연을 통해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만남을 준비한다. OPEN TALK <아픈 세상이여, 안녕> 일상드로잉 작가와 소설가, 젠더 이슈와 독립문화를 다루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강연과 좌담을 통해 아픈 시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공감의 자리를 마련한다. OPEN MARKET <원도심 마켓 스토리북>은 항구도시 부산의 원형을 간직한 원도심의 특징을 보여주는 마켓 셀러들의 이야기와 제품을 소개하는 책자를 제작하여 코로나 시기 대안적인 형식의 마켓 콘텐츠를 준비한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단체와 예술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 프로젝트 OPEN EYES <데면데면한 사이>도 진행된다.
이 프로젝트는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를 중심으로 원도심예술가협동조합 창,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 지능디자인, 사단법인 삼진이음, 일상적인연구소, 회복하는글쓰기, 생활예술모임 곳간,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등 부산의 문화단체들이 공동으로 개최하고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모은다. 이 행사가 진행되는 중앙동 일대 원도심은 바다와 땅이 만나는 항구도시 부산의 원형을 간직한 곳이자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되찾는 재생의 공간이다. 이 재난의 끝을 아직 짐작하기 어렵지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에게 내민 손을 붙잡고 더 나은 일상의 안녕과 회복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풍요로운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2014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한 문화예술법인이다. 창의적인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실행과 함께 문화정책 연구와 컨설팅, 문화인력 교육, 지역 콘텐츠 개발, 문화예술 공간 조성 및 운영계획 수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국내외 예술가 및 문화단체, 지역주민과 협력하고 있다.
총감독 : 이승욱
기획운영총괄 : 이여주
운영팀장 : 최예송
홍보·운영지원 : 김명현
운영보조 : 박진수, 손선경
공간연출 및 현장운영 : 도모(전혜정, 윤영민, 이유진)
디자인 : 그린그림(박성진, 천지원)
영상 : 백수진
사진 : 전재현